한국의 대학병원 응급실의 후진국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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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갑자기 코피가 나셨다."


보통 코피였다면 조금 이따가 지혈이 되었을테지만, 코피를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은 코피가 흘러 내렸다. 평소와는 정말 다른 광경이었다. 겁이 났다. 아버지는 73세셨기 때문에 이 정도라면 매우 위험해 보였다. 그런데 아침에도 이미 그러셨다가 겨우 멎었다고 하셨다. 우린 모두가 깜짝 놀라 119를 불렀다. 


119 구급차가 달려와주고 병원까지 빠르게 달려준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었지만, 내부에서 유난히 흔들거렸다. 내부도 매우 비좁고, 일반 작은 봉고차를 개조한 듯 했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하지 못하게 하는 불법개조를 정부 119 구급차에 한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환자가 과연 편안히 갈 수 있을까? 안전하게 구급 의료를 제대로 할수나 있을까? 의심이 들었다. 아무튼 구급차의 도움으로 간신히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래도 구급차 요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해 '어떻게 하면 감사함의 마음을 전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아버지의 혈압을 쟀는데 184가 나왔다. 다른 일행은 다른 차로 뒤따라 왔다. 곧 내부로 들어가야 했는데, 한 명만 허용이 된다고 해서 번갈아가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ㄱㅇ대학교 병원에서는 가벼운 코피라며, 다른 환자만 분주하게 진료하고 있었다. 


어느 기사에서 서울대학교 교수가 "성인의 경우 물리적 힘을 가하지 않았는데 코피가 한쪽 코에서 반복적으로 많이 흐르면 종양일 수 있고, 두경부암 전조 증상일 수도 있다."고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인턴 등 초짜들이 있던 ㄱㅇ대학교 병원에서는 전문성도 보이지 않았고, 사태의 심각성도 대충 대충 보는 듯 했다.




자신들이 진정한 의사라면 매번 "코피 환자" "코피 환자"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과다출혈이었다. 그런데도 혈액검사 등을 하고는 코피가 멈춘듯하다고 퇴원하라고 했고, 무려 9만원을 냈다. 이게 뭔가 싶었다. 나가자 마자 아버지는 다시 출혈이 심하게 났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냐? 이렇게 진료하는 것이 어딨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코피를 멎게 하는 거즈가 달린 기다란 기구를 코에 넣더니 "이건 24시간을 계속 하고 있으셔야 해요"하면서 공기를 주입했다. 아마 코피가 멎을 거라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더 웃긴건 사태가 심각했는데, 화요일에 병원에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안정을 취하고 나가시자마자 출혈이 심하게 나왔다. 혈압은 무슨 재미로 재는 것인가? 혈압이 높으면 우선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황당하게 응급처치를 한 의사의 말을 믿고 이미 두번째 계산을 마치자 4만원이 추가되어 총 13만원이 넘게 나왔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건 아니다"라고 계속 말씀을 하시고 스스로 가셔서 병상에 누우셨다. 이대로는 정말 안되겠다는 뜻이었다.


누나가 화를 내면서 어떻게 된거냐고 하자 "그제서야 "ㅎㄹ대학교 병원에는 이비인후과 진료가 가능하대요"라고 알려준다. 이게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 대학끼리 이런 정보는 애시당초 공유를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출발 전 119구급차의 경우도 이런 기본 사항을 알고 처리를 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기본적인 정보를 정보화 시대에 왜 서로 교류하고 있지 않는 것인가? 정말 2018년을 살아가는 시점이 맞나? 거의 1890년대 같은 처사였다.


우리는 또 부랴 부랴 ㅎㄹ대로 가서 진료를 봤다. 한두시간이 지났을까 초조하게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형이 와서 얘기를 했다. "전기로 지지는 기기가 있었고, 정말 피과 콸콸 나왔지만, 의사가 잘 처리해서 완전하게 시술을 마쳤다"고 했다. 교대로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갔다. 아버지는 의술이 정말 좋다고, 겁이 나셨는데 거짓말처럼 시술을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입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ㅎㄹ대 측에서 귀가하라고 하니까 믿고 귀가를 했다. 여기서 계산한 비용은 4만원대였다.


돈벌이하듯 ㄱㅇ대는 별다른 것 없이 기초적인 혈액검사만 하고 일반인들이 하는 기본적인 코를 솜으로 막는 것만 했다. 그것도 우리가 항의를 하니까 그제서야 공기의 압력으로 코 전체를 막는 기구를 넣어줬고, 자신들의 의료 과실이란 책임은 없고 돈을 더 받았다. 그런데 이 마저도 실패였다. ㅎㄹ대보다 일처리도 못하면서 거의 3배를 받아 챙겼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일일까??


정말 나는 화가 난다. 의사라면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일도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어떻게 2분대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일까? 아버지는 많은 출혈을 하시곤 집에 돌아오셔서 힘이 없으셨는지 바로 잠이 드셨다. 


일반 코피환자라는 ㄱㅇ대 의사와 간호사들.. 정말 기가 막혔다. 속으로는 "에휴 무슨 코피로 응급실을 와"이랬을 것이었다. 그러면서 몇시간을 그곳에서 아버지는 힘들어 했고, 계속 목으로 코피를 연신 삼키고 계셨다. ㅎㄹ대의 이비인후과가 열려있다는 것도 돈 다 내고, 항의하니까 그제서야 알려주는 이런 후진적인 의료계는 각성해야 한다. 의료계는 절대 장사속으로 운영될 수 없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응급실을 모두가 바쁘고 힘든건 사실이지만, 적시적소의 대응으로 의사와 간호사도 편하고, 환자도 만족할 수 있다. 전문성이 더 높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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